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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독, 장기적인 목표와 통합적인 관점에서 통일교육 실시
글쓴이 : 평화재…     날짜 : 13-07-01 12:18     조회 : 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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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통일교육에 대한 성찰 Ⅰ

서독, 장기적인 목표와 통합적인 관점에서 통일교육 실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남북관계 또한 발전적인 방향으로 변화해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한계에 봉착해 있다. 현대사의 아픔을 경험한 어른들은 여전히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채 좌편향 우편향으로 대립하여 시시비비를 논하는데 바쁘고, 정치권은 이를 정파적 이익에 이용하는데 급급한 게 우리의 현실이다. 아이들은 이런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무엇을 배우고 있을까? 이념과 정파를 뛰어넘어야만 가능한 통일의 길은 너무나 멀어 보인다.

하지만 나는 학교 통일교육의 현장에서 만나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서 통일의 희망을 발견한다. 학생들은 궁금해 하고, 알아가고자 한다. 자기 생각이 있지만 상대방의 의견도 들으려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나은 관점을 발견하면 자신의 생각을 과감하게 수정할 줄도 아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 통일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면(비록 강요된 통일교육 시간이라 할지라도) 진지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귀 기울여 들어준다.

통일부 통일교육원에서는 학교통일교육을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의 일환으로, 2010년부터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차별화된 통일교육전문강사를 양성하여 전국 각지에 있는 학교에 ‘찾아가는 학교통일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 교육 전과 교육 후 통일에 대한 긍정적 의견이 20% 가까이, 또는 그 이상 증가하였다. 이것은 통일교육이 학생들의 통일의식 형성에 매우 영향력 있게 작용함을 보여준다. 통일부 통일교육원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부기관과 민간단체에서도 강사들이 직접 학교에 찾아가서 실시하는 통일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겨우 한국 학교통일교육은 걸음마 단계에 와 있다. ‘찾아가는 학교통일교육’은 연중행사 중 하나인 일회성 교육으로 실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전국 초 중 고교 중 이러한 프로그램을 신청한 학교에 한해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통일교육은 전 교과내용을 통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도덕․윤리과목에 치중되어 있고 사회과목에서는 부차적으로 다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통일교육 편성 시간 및 교육 시간 수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러한 제도적 여건 속에서 통일교육에 대한 교사들의 의지와 전문성이 약화되고 있다. 통일교육 내용과 방법에 관한 문제도 수두룩하다. 가야할 길이 너무 멀게 느껴진다.

우리보다 먼저 이 길을 갔던 서독은 과연 어떤 관점과 목표, 내용 및 방법으로 통일교육을 실시했을까? 동서독과 남북한이 처한 통일 환경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서독의 통일 관련 학교 교육을 살펴보는 과정을 통해서 여러 가지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 말하려는 것들은 현재 정부 차원에서 실시되고 있는 학교통일교육과, 통일교육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한 성찰이기도 하다.

‘독일문제에 대한 서독 문교부의 교육지침(1978.11.23)’ 자료는 독일문제를 학교 수업에서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서독 문교부의 회의 결정사항을 수록하고 있는 책자이다. 서독 문교부는 각 교과목에서 독일 문제를 다룰 때 이 지침서에 제시된 사항들을 유념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이 지침서의 내용 중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통일 관련 교육에서 사용되는 용어가 우리와 다르다는 점이다. 즉 ‘용어 사용의 차별성’인데 이것은 곧 통일문제를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를 보여준다.

첫째, 서독은 ‘통일’이라는 용어보다는 ‘재통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지침서 첫 문장은 ‘통일 의식과, 평화롭고 자유롭게 독일을 재통합하려는 의지는 계속적으로 유지되고 발전되어야 한다’라는 말로 시작된다. 그리고 여기서 ‘재통합’의 의미는 ‘국경 양쪽의 주민들의 이익을 고려하면서 독일 양국의 조화된 병존을 위한 방법을 추구’라는 문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통일’이라는 용어도 등장한다. 그런데 여기서 ‘통일’은 ‘재통합’이라는 포괄적인 과제 안에 포함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국가적 재통합을 목표로 한 정책의 성과’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재통합’은 서독의 국가적 목표로 설정되어 있다. 이러한 관점은 ‘통일’을 하나의 과정으로 보고 통일 이전과 이후를 포함한 ‘재통합’이라는 장기적인 목표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인식을 기초로 한다면 통일교육의 내용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단계적’이고 ‘체계적’으로 구성될 수 있다. 또한 통일교육이 정부의 통일정책 홍보 수단으로 전락하거나, 정권 교체에 따라 통일교육지침이 달라지는 폐해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서독은 ‘통일문제’라는 용어 대신 ‘독일문제’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통일문제’를 ‘독일문제’의 하나로 인식한 것이다. 따라서 서독은 우리와 달리 ‘통일교육 지침서’가 아닌, ‘독일문제에 대한 교육 지침서’라고 표현하고 있다. 지침서 내용에서도 통일은 독일이 풀어나가야 할 다양한 과제 중 하나로 보는 시각을 확인할 수 있다. 서독이 ‘통일문제’를 ‘독일문제’로 인식했던 것을 우리에게 대입해 보면, ‘통일문제’를 ‘한반도문제’로 인식한다는 뜻이 된다. 이처럼 문제를 대하는 인식의 범위를 ‘한반도’로 넓히면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의 관점이 달라질 수 있다. 먼저는 ‘북한이 문제’라는 시각에서 ‘북한문제가 곧 우리의 문제’라는 자각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북한에 대한 적개심과 편협한 시각을 뛰어넘어 한반도문제를 국제관계 속에서 풀어가려는 통찰력도 생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남한 우월주의에서 벗어나 비교적인 관점에서 북한을 인식하고, 현재 우리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문제도 ‘한반도문제’로 포함시켜 성찰한 후 그 대안을 찾아갈 수 있다.

셋째, 서독은 통일을 위한 교육적 노력을 ‘통일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실시한 것이 아니라 ‘민주시민교육(정치교육)’과 ‘평화교육’의 영역에서 함께 다루었다. 박봉정(2001)에 따르면 서독은 공개적으로 통일교육을 시키지는 않았지만 ‘정치교육’을 통해 일관되고 체계적인 민주화 교육을 시행함으로써 마음속에 민주적 통일을 갈망하고 정치적 판단 능력을 기르도록 하였으며, ‘평화교육’을 통해 폭력과 전쟁으로부터의 해방, 상호 이해와 화해, 공존을 지향하는 이념이 평화로운 통일 실현에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서독과 달리 한국은 전쟁을 통한 분단의 고착화를 경험했기 때문에 이념의 대립이 더욱 첨예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정 이념에 근거한 통일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한국의 통일교육은 이념 정파를 초월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지식전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석능력과 판단능력을 기를 수 있는 통일교육이어야 한다. 그리고 현재 교육내용에서 간과되고 있는 ‘가치’와 ‘태도’에 대한 교육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서독보다 더욱 불리한 상황에서 출발한 우리는 전 교과를 통한 교육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통일교육 관련 활동을 발전 및 확대시켜 나가야 한다.

완벽한 교육은 없지만 올바른 방향은 있다. 그 올바른 방향을 찾아 교육지침을 수정하고 보완해 나가야 한다. 대부분의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은 우리가 알려준 지침이 옳다고 믿고 그대로 따라올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통일교육에 있어서 자기 성찰은 더욱 중요하다. ‘어쩌면 내가 틀릴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 내가 맞았을지라도 시대가 변한다면 나는 또 달라져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 마음자세로 성찰은 계속되어야 한다.


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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