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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동독을 이해함에 있어서 중요했던 것
글쓴이 : 평화재…     날짜 : 13-08-05 10:06     조회 : 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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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동독을 이해함에 있어서 중요했던 것

  2013년 상반기는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시기였다. 북한의 제3차 핵실험(2월 12일)을 시작으로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3월 5일), 남북 불가침 합의 무효화(3월 8일)와 1호 전투근무태세(3월 26일) 발표, 그리고 연이은 미사일 위협에 개성공단마저 잠정 폐쇄 결정(4월 9일)되었다. 그래서인지 학교통일교육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은 여느 때보다 북한에 대한 적대감이 높아져 있었다. 아래 내용은 필자가 2013년 6월 11일 대전 소재 한 중학교에서 통일교육이 이루어지기 전에 실시한 서술형 설문 답안 중 일부이다.

Q. 평소 북한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 우리를 위협하는 적이며 평생의 숙제.
 가난하다. 불쌍하다. 언제 도발할지 몰라 너무 두렵다. 무력적이다. 무섭다.
 북한이 우리나라와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북한이 어째서 그런 도발을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 우리나라를 등치는 것 같다.
 늘 도발을 해 와서 별로 긍정적인 생각은 들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가끔 나오는 뉴스 속 북한은 우리와는 사뭇 다른 70년대를 보는 것 같다.
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는 것 같다.
 답답하다.
 무섭다.
 정말 싫다.

  위 답안과 같이 북한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학생이 응답자 중 40% 내외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이같은 학생들에게 ‘어떻게’ 북한을 올바로 인식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가는 통일교육의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통일독일은 사회문화적 통합과정의 갈등을 줄이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 하에 활발하고 폭넓게 동독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김상무(2005)는 그 연구 성과 내용을 소개하며 이를 통해 남한의 북한이해교육에 시사점을 줄 수 있다고 하였는데, 여기에서 몇 가지 주목할 만한 관점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첫째, 동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동독 자체뿐만 아니라 동서대립이라는 국제정세와 서독과의 관계 속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다. 동독사 연구자들은 냉전으로 인한 이데올로기적 대립, 소련이 동독에 대해 취했던 태도, 이런 배경 하에서 서독과 어떻게 대립하고 협력하였는지를 통합적으로 살펴보아야 동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보았다.

  둘째, 동독의 국가적 성격을 연구하는데 있어서 사회주의(또는 전체주의) 독재체제는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그 구조를 다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사회주의체제가 어떻게 정당화되고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독재 권력을 통해 어떤 방법으로 사회 전 분야를 장악하려고 했는지를 통해 동독이 어떤 성격의 사회주의 국가였는지에 대해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동독 주민들은 사회주의 독재체제를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어떻게 다양한 방식으로 반응하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독재체제라도 사회의 모든 영역을 지배할 수 없는 한계를 가지므로, 독재체제의 억압 속에서 동독인들이 나름대로 대응하여 각자의 삶을 영위했던 방법을 통해 주민들의 삶과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였다.

  즉, 동독을 이해함에 있어서 연구자들은 보다 다차원적인 시각으로 사회 구조를 파악하고, 그 구조 속에서 동독 주민들의 일상과 사고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발견했던 것이다. 독일이 취했던 이러한 이해의 관점과 방법론을 살펴보면 기존에 우리가 북한 이해를 위해 접근했던 방식이 얼마나 단편적이고 제한적이었는가를 깨닫게 된다. 

  통일교육지침서(2012, 통일부 통일교육원)에서 제시하고 있는 ‘북한 이해’ 관련 내용에는 과거 북한을 안보를 위협하는 경계의 대상으로 보았던 시각에서 더 나아가, 북한이 화해‧협력의 대상이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의 이중적인 성격을 강조하는 이러한 접근법은 ‘북한 지도부의 행태’를 북한이라고 인식했던 학생들에게 ‘북한 주민의 생활 모습’ 또한 북한이라고 인식하는 과정을 통해 부정적인 인식을 완화하고 북한에 대한 관심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러한 접근은 ‘북한 지도부는 나쁘고, 북한 주민은 착하다’는 매우 단편적인 인식을 구조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점에 봉착하게 된다. 또한 ‘분단이 해소되기 전까지 북한은 대화와 교류‧협력의 대상이자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경계의 대상(p.40)’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되고 마는 것이다.

  독일의 접근 방법대로라면, 우리는 ‘남한에 대한 북한의 이중적 행태’를 인식하는 것을 넘어서 ‘북한 내부의 이중적 구조’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만의 독특한 사회주의 독재체제 속에서 북한주민이 어떻게 대응하고 반응하며 삶을 영위해갔는지, 정치적 억압의 한계 속에서 주민들이 추구했던 삶의 방식은 무엇이었는지 등을 알아가는 과정은 북한에 대한 이해의 폭을 한 차원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의 국가적 성격’을 다면적으로 파악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통일교육지침서(2012)에서 ‘북한의 정치’를 설명하기 위해 제시된 내용은 ‘북한이 유일지배체제(p.41)’라는 것과 ‘군을 앞세운 선군정치 체제(p.42)’라는 것 정도이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주변 강대국들의 영향력에 크게 좌우되는 한반도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국제정치적 상황 속에서 북한의 국가적 선택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수령숭배사상’이나 ‘집단주의’ 등을 고려하여 북한 사회주의의 독특한 구조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통일교육에 있어서 ‘타자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것은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다. 열심히 단추를 다 끼웠는데 뭔가 결과가 이상하다면 첫 단추를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에게 있어서 ‘북한 이해’는 통일의 첫 단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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