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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독 인권문제에 대한 서독의 접근 방법
글쓴이 : 평화재…     날짜 : 13-12-13 13:46     조회 : 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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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통일교육에 대한 성찰 Ⅴ
동독 인권문제에 대한 서독의 접근 방법

변준희

  통일부 소속기관인 통일교육원은 2010년부터 ‘통일교육전문과정’을 만들고 학교 통일교육(초․중․고등학)을 위한 강사를 양성하기 시작했다. 청소년들의 통일의식이 저하되고 있다는 문제의식 속에서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차별화된 통일교육을 실시하기 위함이었다. 나는 그 첫 해에 제1기 과정을 수료하고 통일교육강사가 되었다. 국어국문학이라는 학부 전공을 살려 7년간 몸담고 있었던 회사를 퇴사하고, 뒤늦게 통일학을 공부하여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나는 이 낯선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던 것이다. 되짚어 보면 대학 졸업을 앞두고 접하게 되었던 북한 인권 실태에 대한 충격이 나로 하여금 그 가장 큰 계기를 만들어 주었던 것 같다. 책으로 공부한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중국에서 만난 탈북자의 증언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결심했던 것이다. 나는 북한 인권 개선과 통일에 기여할 수 있는 어떠한 일을 해야겠다고……. 그 때 나에게 생소하기만 했던 통일문제는 '고통 받고 있는 사람의 문제', 그리고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인권 문제'로 다가왔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학교 현장을 찾아가 통일교육을 진행할 때 정작 ‘인권 문제’를 다루는 것이 쉽지 않음을 느낀다. 제한된 시간에 다루어야 할 내용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인권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루었을 때 우려되는 사항들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특히 북한 지도부)과 통일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초․중․고등학생들에게 북한 인권침해의 실상을 전달하다가, 자칫 ‘북한 지도부는 나쁘다.’, ‘북한은 불쌍한 나라구나!’라는 기존의 편향적 사고를 강화하게 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통일정책 뿐만 아니라 학교통일교육에서 ‘인권 문제’를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것이 엄연한 분단의 현실 속에서 바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분단 상태이기 때문에 유라시아 횡단열차를 타고 유럽까지 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삶에 차질이 생기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분단 상태이기 때문에 북한에 식량을 줄 수 없고, 치료제를 줄 수 없고, 탈북자를 도울 수 없고, 정치범들을 석방할 수 없게 되어 생기는 결과는 ‘누군가의 죽음’이다. 북한 인권문제는 이토록 실제적이며 시급한 대책을 요구한다. 이 중요도에 비해 내가 통일교육 강사로서 북한 인권에 대해 말할 수 있거나 말하고 있는 정도는 언제나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그런데 서독의 학교통일교육 내용을 살펴보면서 매우 인상적이었던 것은 서독이 동독의 인권문제를 매우 중요한 주제로 다루었다는 점이다. ‘독일문제에 대한 서독 문교부의 교육지침(1978.11.23)’은 우리나의 ‘통일교육지침’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데, ‘실제 수업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유의점 15가지’ 중 9번과 10번 항에서 동독 인권문제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먼저 9번 항을 살펴보면 ‘동독에 있는 독일인들의 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우리의 당연한 권리이며 인도주의적 의무’라는 내용이다. 동독에 대해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공산주의적 지배체제의 토대를 뒤흔드는 것이며 국가적 존립에 대한 공격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인권문제에 침묵으로 일관해서는 안 되며, 인권이란 정치적으로 투쟁하여 얻어질 수 있음을 학생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동독이 유엔의 인권협정 및 헬싱키 결의와 같은 국제적 조약을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명시되어 있는 본질적인 인권을 거절하고 있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창의적인 협조 방식을 통한 문제해결 노력이 필요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다음으로, 10번 항에서는 ‘인권에 대한 요구는 결코 내정간섭이 아니다.’라고 명시하였다. 즉 인권에 대한 요구는 국제법적 조약에 지지받고 있으며 따라서 동독이 내정간섭이라고 항의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수업 시간에 인권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동독 주민에 대한 인권 요구가 내정간섭이라는 동독 측 주장과의 올바른 논쟁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이동기는(2011)는 서독 정부의 대동독 인권정책을 시기별로 유형화하여 크게 세 종류로 구분하였다. 첫 번째는 서독 정부 초기의 ‘대결적 인권정책’으로 힘의 우위에 입각해서 동독의 조속한 붕괴를 기다리며 동독 공산주의 체제의 붕괴를 노린 정치 선전활동 일변도 정책이다. 이 시기에는 동독 정부를 직접 상대하거나 동독의 인권문제 개선을 지향하는 인권활동을 전개하지 않았다. 두 번째는 베를린 장벽 건설 후의 ‘규범적 인권정책’으로 인권유린에 대한 감시와 자료수집(인권유린 자료집 발간, 잘쯔기터 기록보존소 설치), 국제 정치 무대에서 동독 인권상황 비판을 통해 동독 인권문제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특히 냉전적 대결과 적대적인 정치문화 속에서는 어떤 인도적 문제의 진전도 없음을 인정하기 시작하면서 ‘발상의 전환’을 통한 실질적인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 세 번째, 1970~1980년대 들어 ‘실용적 인권정책’을 실천할 수 있었다. 가까운 시일 내에 분단 상황이 극복되지 않는다면 일단은 분단으로 인한 사람들의 고통과 희생을 최소화하는 것에 집중하자는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된 정책이었다. 이것을 위해서는 동독 정권과의 대결이 아닌 협상 및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했고, 결국 끈질긴 협상을 통해 동독 ‘정치범 석방 거래(동독 정부와의 비공식 협상을 통해 경제적 대가를 지불하고 동독 정치범들을 서독으로 들어오게 하는 일)’와 ‘통행증 협정(동베를린의 가족과 친구들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함)’ 등의 실질적 성과를 거두었다. 이것은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공산주의자들과 대화와 협상을 통해 ‘실제적인 고통의 문제’에 대한 개선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할 부분이다.
 
  서독 정부는 지혜로웠다. 겉보기에 화려한 정치적 공세보다 동독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해결 가능한 문제에 집중하였다. 동독 체제 붕괴를 겨냥하거나 인권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았다. 동서독의 체제와 사상의 차이가 인권문제 해결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했다. 동독에서 고통당하고 있는 사람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경제적인 대가를 지불하는 결단력을 보였다. 그 결과 33,755명의 양심범을 서독으로 데려올 수 있었고 25만 명의 이산가족이 재결합 할 수 있었다. 그렇다. 통일문제는, 그리고 북한인권 문제는 이렇게 실질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학생들도 추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나는 통일교육 시간에 ‘왜 북한 사람들이 탈북을 하는지’, ‘어떻게 국경을 넘는지’, ‘국경을 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지’, ‘어떤 경로로 우리나라에 도착하게 되는지’를 얘기할 때 학생들이 반짝이는 눈빛으로 경청하고 있음을 느낀다. 분단이 우리에게 현실적으로 어떠한 고통을 주고 있는지를 인식하기 시작할 때, 비로소 통일문제는 핑크빛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분단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와 북한 주민이 현재 겪고 있는 슬픔에 관한 이야기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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